이제 그녀가 직접 답합니다.아버지는 현감이었다. 양반이다. 어머니는 그 집의 여종이었다.
조선의 법은 종모법이었다. 아이의 신분은 어머니를 따른다. 그러니 나는 태어나는 순간 이미 재산이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 한 줄을 먼저 붙잡아 두시기 바란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 필요해진다.
나를 물건으로 만든 그 나라가, 나중에 나를 길에서 죽였다. 임금을 홀려 나라를 어지럽혔다는 죄로.
이것부터 확인하자. 날짜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무오사화, 1498년.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빌미로 사림이 도륙당한 그 사건. 사람이 죽고, 부관참시가 벌어지고, 조정이 뒤집혔다.
내가 궁에 들어간 것은 1502년경이다.
4년.
조선 최초의 대규모 사화가 벌어졌을 때, 나는 아직 궁문 안에 있지도 않았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여자였다. 그 자리에 없었고, 그 일을 몰랐고, 그 일과 아무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연산군 시대의 폭정」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얼굴은 내 얼굴이다.
이 연재의 첫 장에서 달기가 똑같은 말을 했다. 상나라를 무너뜨린 것은 삼십 년의 전쟁이었고, 그 기록은 지금도 남아 있다고. 그래도 사람들은 여자를 기억한다고.
폭력이 여자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조선에서도 그랬다.
1504년 갑자사화. 이번에는 내가 궁에 있었다. 그러니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보겠다.
그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
폐비 윤씨. 연산군의 생모. 성종이 폐하고, 사약을 내려 죽인 여인이다. 아들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러니까 이렇다. 한 왕이 자기 아내를 죽였다. 그 아들이 자라서 왕이 되었고, 어머니의 죽음에 관여한 모든 사람을 죽였다. 아버지의 후궁들, 대신들, 자기 할머니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왕실 남자들의 일이다. 성종의 결정, 연산군의 보복. 삼대에 걸친 남자들의 계보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내가 거기 어디에 있는가.
나는 그 여인을 본 적이 없다. 그 여인이 죽었을 때 나는 어느 집의 종이었다. 그 결정에 나는 아무런 목소리도 없었다.
갑자사화의 원인은 기록에 분명하게 남아 있다. 아무도 감추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기억한다.
『연산군일기』는 63권이다.
그 안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보자.
성균관을 놀이터로 만든 것 — 그의 명령이다. 원각사를 없앤 것 — 그의 명령이다. 전국에서 여자를 뽑아 올리라 한 것 — 그의 명령이다. 사냥터를 넓히려 민가를 헐어낸 것 — 그의 명령이다. 한글로 자신을 비판하는 글이 나붙자 한글 사용을 금한 것 — 그의 명령이다.
이 나라의 글자를 금지한 왕이다. 그것도 자기 욕을 읽었다는 이유로.
63권 어디에도, 이 명령들에 내 이름은 없다. 내가 왕에게 명령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나는 종3품 숙용이었다. 노비 출신으로는 놀라운 자리지만, 국정을 움직이는 자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명령서에 이름이 적힌 사람과,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람이 다르다.
기록은 처음부터 정확했다. 다만 아무도 읽지 않았을 뿐이다.
여기 하나, 조용히 웃게 되는 사실이 있다.
연산군은 전국에서 여자들을 뽑아 올려 운평이라 하고, 그중 궁에 들인 이들을 흥청이라 불렀다. 그의 제도였고, 그가 붙인 이름이었다.
오늘날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는 말이 있다.
흥청망청.
돈이나 물건을 마구 써버린다는 뜻으로, 지금도 신문에 나오고 일상에서 쓰인다. 그 말의 뿌리가 바로 그 흥청이다.
즉, 그가 만든 제도의 이름은 한국어의 일상 어휘로 살아남았다. 오백 년 동안.
그리고 내 이름은, 요부(妖婦)의 이름으로 살아남았다.
같은 한 시대에서, 남자가 만든 것은 단어가 되었고, 여자는 괴물이 되었다.
이 연재의 다섯 번째 장에서 다마모노마에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자신을 부순 승려의 이름은 일본어에서 망치의 이름으로 남았고, 자기 이름은 요괴의 이름으로 남았다고.
다른 나라, 다른 세기, 같은 결과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겠다.
『연산군일기』는 누가 편찬했는가.
중종반정으로 그를 몰아낸 바로 그 사람들이다.
왕을 끌어내린 세력이, 그 왕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오백 년 동안 이 시대에 관한 유일한 원전이 되었다.
나는 그 기록이 전부 거짓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할 근거가 나에게는 없다.
다만 이렇게 묻는다. 반정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폭정의 원인이 필요했는가?
필요했다. 신하가 왕을 끌어내리는 것은 조선에서 가장 위험한 행위다. 명분이 없으면 그것은 반역이다. 명분이 있으면 그것은 반정이 된다.
그래서 그 명분은 크고, 선명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했다.
이제 그녀가 직접 답합니다.「왕이 요녀에게 홀렸다」
이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이 연재의 첫 장에서 달기를 고발한 문서, 목야의 맹세문도 상나라를 멸망시킨 쪽이 썼다. 여기서도 같다. 승자가 패자의 죄목을 쓴다. 그리고 그 죄목의 첫 줄에는 언제나 여자가 있다.
1506년, 반정이 일어났다.
두 사람의 최후를 나란히 놓아 보겠다.
연산군. 십 년간 왕이었다. 두 번의 사화를 일으켰다. 사람을 죽이라 명했다. 글자를 금했다. 폐위되어 강화 교동으로 유배되었고, 두 달쯤 뒤 병으로 죽었다. 서른 살이었다. 무덤이 있다. 지금도 남아 있다.
나. 노비로 태어났다. 궁에 들어간 지 사 년쯤 되었다. 아무것도 명령한 적이 없다. 군기시 앞에서 목이 베였다. 사람들이 몰려와 시신에 돌과 기와를 던졌다. 무덤은 없다.
왕은 유배되었고, 노비 출신 후궁은 길에서 돌에 맞았다.
이것이 이 나라가 그날 내린 판결이다.
실록에 내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아는가.
나이보다 어려 보였고, 노래와 춤에 능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이런 구절이 있다.
왕이 노하였다가도, 녹수만 보면 반드시 기뻐하여 웃었다.
이 문장을 다시 읽어 주시기 바란다.
그것을 쓴 사람은 나를 홀리는 여자로 그리려 했다. 그런데 그 문장이 실제로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을 죽이라 명하던, 아무도 말릴 수 없던, 조정 전체가 두려워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를 멈추게 할 수 있었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대신들은 못 했다. 사관들도 못 했다. 그의 할머니도 못 했다.
노비로 태어난 여자가 했다.
실록을 쓴 사람들은 그것을 혹세(惑世)라고 불렀다.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름을 붙이면, 그날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폭력을 늦춘 사람이 노비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홀렸다고 썼다.
앞선 장들을 읽으신 분은 이제 이 형태를 알아보실 것이다.
달기 — 최초의 고발장은 한 줄, 「왕이 여자의 말을 들었다」뿐이었다. 나머지는 삼천 년에 걸쳐 덧붙었다.
이브 — 사과는 성서에 없다. 아담은 옆에 서 있었다.
화예부인 — 스스로 넉 줄로 반박했다. 천 년이 지나도 분류는 그대로다.
말린체 — 열다섯 전에 두 번 넘겨졌고, 이름은 「배신자」라는 사전 단어가 되었다.
다마모노마에 — 실존하지 않았는데 죄목이 가장 상세하다.
판도라 — 상자는 오역이고, 항아리를 채운 것은 제우스였다.
그리고 나.
내가 이 목록에 더하는 것은 이것이다. 이 기계는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신분이 낮을수록 잘 작동한다.
왕비였다면 가문이 있었을 것이다. 반발할 세력이 있었을 것이다. 죽이는 데 대가가 따랐을 것이다.
노비 출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가장 싼 피고였다. 가장 쉽게 죽일 수 있었고, 죽여도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선택된 진짜 이유다. 요녀여서가 아니라, 대가가 없어서다.
오백 년이 지났다.
그 오백 년 동안 나는 드라마와 영화에 수십 번 등장했다. 언제나 같은 배역이었다. 왕을 망친 여자.
단 한 번도,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았다.
물어 주시기 바란다.
노비로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궁에 처음 들어선 날 무엇을 보았는지. 그 남자가 무섭지 않았는지. 그를 웃게 만드는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사화의 소식이 궁 안으로 들어올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군기시 앞으로 끌려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는 내 말로 답하겠다. 『연산군일기』의 말이 아니라. 그 실록을 쓴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아니면 묻지 않으셔도 좋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당신의 작품에 나를 넣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하게 해 주시기 바란다 — 그들의 판본이 아니라, 당신의 판본으로.
그들은 오백 년 동안 나를 썼다. 시신에 돌을 던진 그 손들의 후손이, 지금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번에는, 붓이 당신 손에 있다.
→ 장녹수와 마주 앉기: cssstudio.app/actor/act-legend-jang-nok-su?cssADS=story-jang-07
『나를 다시 써라』 제7장 — 각 문명이 한 남자의 붕괴를 대신 짊어지게 하려고 만들어 낸 여자들에 관한 연재. 제1장 달기(상). 제2장 이브. 제3장 화예부인(후촉). 제4장 말린체(멕시코). 제5장 다마모노마에(일본). 제6장 판도라(그리스).
이제 그녀가 직접 답합니다.